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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고 물건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현금만 받던 가게, 외상 장부가 있던 동네 상점→ 사라진 신뢰 기반 소비 방식“카드는 안 돼요”라는 말이 당연하던 시절예전에는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계산 방식부터 떠올리지 않았다.현금이 기본값이었고, 카드가 되는 가게는 오히려 특별했다.지갑 속에 현금이 얼마 있는지가 오늘의 소비 한계를 정해줬고, 그걸 넘기면 그냥 안 사는 게 자연스러웠다. 동네 슈퍼, 구멍가게, 문방구, 정육점, 철물점까지.POS 기계도 없고, 계산대 위에는 낡은 계산기 하나와 현금통이 전부였다.카드를 내밀면 “우린 현금만 받아요”라는 말이 돌아왔고, 그 말에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아, 그렇구나’ 하고 다시 지갑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불편한 방식이었다.잔돈이 없으면 곤란했고, 현금을 미리 챙기지 않으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2026. 2. 5.
지금은 사라진 사진관 문화, 기다림이 사진이던 시절 사진관에서 필름 사진 맡기고 며칠 기다리던 시절― 바로 확인할 수 없던 만큼 남았던 기대감지금은사진을 찍자마자 화면을 확인한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우고,다시 찍는다.사진은 기록이라기보다선택의 결과물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사진이 ‘결과’가 아니라‘기다림’이던 시절이 있었다.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며칠을 기다리던 시간. 그 기다림은 불편했지만,그만큼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필름 한 통을 맡기던 날의 감각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조용한 공기가 먼저 느껴졌다.유리 진열대 안에는카메라와 필름,샘플 사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필름이 들어 있는 카메라를 건네거나필름 통 하나를 내밀면서짧은 말을 나눴다. “현상만 할까요?”“인화도 같이 해주세요.” 그 말 한마디로그동안 찍은 순간들이잠시 내 손을 떠났다. 그때.. 2026. 2. 5.
전화를 걸기 전에 마음부터 준비하던 시대 전화 교환원 연결을 기다리던 경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연결’의 의미지금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너무나 간단하다.번호를 누르면 바로 연결되고,연결이 안 되면“상대방이 통화 중입니다”라는 안내만 남는다. 하지만 한때는전화 한 통을 하기 위해사람을 거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전화 교환원. ‘연결’이라는 말이지금보다 훨씬 물리적이던 시대의 이야기다. 전화 한 통에 사람이 필요하던 시절집에 전화가 처음 들어왔을 때,그 자체가 큰 사건이었다.동네에서 몇 집 안 되던 전화기,그리고 외출할 때마다“집에 전화 온 거 없었어?”라는 질문. 장거리 전화를 하려면바로 번호를 누르는 게 아니었다.교환원 연결을 먼저 기다려야 했다. 수화기를 들고정해진 번호를 말하면,어딘가에서사람이 선을 꽂아통화를 이어주던 시절. 연결이.. 2026. 2. 5.
사라진 직업, 버스 안내양의 기억 버스 안내양(차장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버스 풍경지금 버스를 타면운전기사님 혼자 앉아 있고,승객들은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다.정류장 이름은 전광판이 알려주고,요금은 카드가 알아서 계산해준다. 너무 익숙해서이게 원래 버스의 모습이라고생각하게 되지만,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버스 안에는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뒤로 좀 가주세요.”“손잡이 잡으세요.”“다음은 ○○시장입니다.” 버스 안내양,혹은 차장님이라 불리던 사람들.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버스 풍경의 중심에 있던 존재다. 버스 안에 사람이 더 있던 시절버스에 타면가장 먼저 보이던 건안내양의 모습이었다.제복처럼 정해진 복장,허리에 찬 동전 주머니,손에는 요금표나 마이크. 승객이 타면요금을 받고,잔돈을 거슬러 주고,사람들을 안쪽으.. 2026. 2. 5.
새벽 4시에 시작되던 하루,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의 기억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직접 해본 이야기― 새벽의 공기와 동네 풍경이 남긴 기억아직 해가 뜨기 전,세상이 가장 조용한 시간에나는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알람 소리는 늘 잔인했다.눈을 뜨는 순간부터몸은 거부했지만,일어나야 했다.신문 배달은‘미루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아침에 휴대폰으로 뉴스를 본다.신문을 집 앞에서 받는 풍경은이제 거의 사라졌다.하지만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고,나는 그 일을 직접 해본 적이 있다. 새벽 4시, 세상과 나만 깨어 있던 시간신문 배달은하루의 시작이 아니라밤의 연장이었다.새벽 4시쯤 집을 나서면동네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간간이 지나가는 차 한 대가괜히 크게 느껴졌다. 신문 묶음을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2026. 2. 5.
플레이리스트 대신 CD 한 장에 빠지던 시절 음반 매장에서 CD 고르던 경험― 스트리밍 이전, 음악을 ‘소유’하던 감각지금은음악을 고르기보다흘려듣는 시대다.검색창에 제목만 치면바로 재생되고,마음에 들지 않으면다음 곡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때는음악을 듣기 위해직접 매장에 가야 했다.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하나의 경험이었다. 음반 매장은단순히 CD를 파는 곳이 아니라음악을 고르는 공간이었고,그 안에서 우리는음악을 ‘소유’하고 있었다. CD 한 장을 고르기까지의 시간음반 매장에 들어서면먼저 특유의 공기가 느껴졌다.플라스틱 케이스 냄새와종이 인쇄물 냄새가 섞인 공간. 신보 코너,장르별 진열대,국내 / 해외 아티스트 구분.그 앞에서사람들은 한참을 서 있었다. CD를 하나 집어 들고앞면을 보고,뒤집어 트랙 리스트를 읽고,가사집을 살짝 넘겨보며고민했다... 2026.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