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에서 필름 사진 맡기고 며칠 기다리던 시절
― 바로 확인할 수 없던 만큼 남았던 기대감

지금은
사진을 찍자마자 화면을 확인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우고,
다시 찍는다.
사진은 기록이라기보다
선택의 결과물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
사진이 ‘결과’가 아니라
‘기다림’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며칠을 기다리던 시간.
그 기다림은 불편했지만,
그만큼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필름 한 통을 맡기던 날의 감각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용한 공기가 먼저 느껴졌다.
유리 진열대 안에는
카메라와 필름,
샘플 사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필름이 들어 있는 카메라를 건네거나
필름 통 하나를 내밀면서
짧은 말을 나눴다.
“현상만 할까요?”
“인화도 같이 해주세요.”
그 말 한마디로
그동안 찍은 순간들이
잠시 내 손을 떠났다.
그때부터는
기다림밖에 할 수 없었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눈은 감지 않았는지,
빛이 너무 날아가진 않았는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상상만 커졌다.
확인할 수 없던 만큼 커졌던 기대
필름 사진은
찍는 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사진을 다시 떠올렸다.
그날의 표정,
함께 있던 사람,
배경이던 장소.
사진은
이미 찍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과거 같았다.
그래서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괜히 마음이 들떴다.
봉투를 받는 순간,
아직 열어보지 않았는데도
이미 무언가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섞인 감정.
지금은 거의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잘 나온 사진보다 남았던 시간
사진을 확인하면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떤 사진은 흔들렸고,
어떤 사진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실패조차
기억에 남았다.
지금처럼
수십 장을 찍고
몇 장만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찍힌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래서 사진은
선별된 결과물이 아니라
그날의 기록에 가까웠다.
잘 나온 사진도 좋았지만,
어쩌면 더 오래 남는 건
그 며칠의 기다림이었다.
사진관이라는 공간이 주던 태도
사진관은
사진을 ‘빨리’ 주는 곳이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그 시간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쉽게 소비하지 않았다.
한 장 한 장에
의미가 실렸다.
사진은
보관하는 물건이었고,
앨범은 꺼내보는 기억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사진의 속도’
디지털 사진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진은 즉각적인 것이 되었다.
기대는 사라지고,
확인은 기본값이 되었다.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감정의 밀도는 옅어졌다.
사진은 많아졌지만
기억은 가벼워졌다.
기다림이 만들어주던 관계
필름 사진을 맡기고 기다리던 시절은
사진과의 관계가 달랐던 시간이다.
바로 확인할 수 없었기에
사진은 상상이었고,
기대였고,
조심스러운 기록이었다.
지금은
언제든 찍을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지나친다.
그래서 가끔은
사진관에서
필름을 맡기고 나오던 그 순간이
유독 또렷하게 남아 있다.
사진관에서 필름 사진을 맡기고
며칠을 기다리던 시절.
불편했지만
그만큼 사진은 오래 남았다.
바로 확인할 수 없던 만큼,
기대도 함께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