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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 대신 CD 한 장에 빠지던 시절

by 쏘쏘&꼬질강쥐 2026. 2. 5.

음반 매장에서 CD 고르던 경험
― 스트리밍 이전, 음악을 ‘소유’하던 감각

플레이리스트 대신 CD 한 장에 빠지던 시절
플레이리스트 대신 CD 한 장에 빠지던 시절

지금은
음악을 고르기보다
흘려듣는 시대다.
검색창에 제목만 치면
바로 재생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곡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때는
음악을 듣기 위해
직접 매장에 가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었다.

 

음반 매장은
단순히 CD를 파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고르는 공간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음악을 ‘소유’하고 있었다.

 

CD 한 장을 고르기까지의 시간

음반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특유의 공기가 느껴졌다.
플라스틱 케이스 냄새와
종이 인쇄물 냄새가 섞인 공간.

 

신보 코너,
장르별 진열대,
국내 / 해외 아티스트 구분.
그 앞에서
사람들은 한참을 서 있었다.

 

CD를 하나 집어 들고
앞면을 보고,
뒤집어 트랙 리스트를 읽고,
가사집을 살짝 넘겨보며
고민했다.

 

가격은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은 신중했다.
한 장을 고르면
그 음악과 꽤 오랫동안
함께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CD를 고른다는 건
취향을 고르는 일이었고,
때로는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

 

음악을 ‘소유’한다는 감각

CD를 계산하고 나와
비닐을 뜯는 순간의 설렘.
집에 돌아와
CD 플레이어에 넣고
첫 트랙을 재생하던 기억.

 

음악은
그때 비로소 내 것이 됐다.

 

CD는
파일이 아니라 물건이었다.
손에 잡히고,
책장에 꽂히고,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가
눈에 보였다.

 

가사집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시간,
트랙 순서를 외우게 되는 경험.
이 모든 것이
소유의 일부였다.

 

지금은
수천 곡을 언제든 들을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곡을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스트리밍 이후, 달라진 음악의 위치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악은 훨씬 가까워졌다.
접근성은 좋아졌고,
선택의 부담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음악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한 장의 CD를 오래 들으며
자연스럽게 곡의 흐름과
아티스트의 의도를 이해했다.

 

지금은
플레이리스트 단위로
음악을 소비한다.
곡은 많아졌지만
관계는 얕아졌다.

 

음악을 ‘듣는 것’은 쉬워졌지만
‘기억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사라진 건 매장이 아니라 태도

음반 매장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에
다른 가게들이 들어섰고,
CD는 취미나 콜렉션의 영역이 됐다.

 

하지만 사라진 건
공간만이 아니다.
음악을 대하던 태도,
기다림, 선택, 책임.

 

CD를 고르던 경험은
음악을 쉽게 넘기지 않게 만들었다.
그 선택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은
더 오래 남았다.

 

음악을 소유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음반 매장에서 CD를 고르던 경험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그건
음악과 맺던 관계의 방식이었다.

 

스트리밍 이전,
우리는 음악을 ‘소유’했고,
그래서 더 깊게 들었다.

 

지금의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한 장의 CD에 집중하던
그 감각이 그립다.

 

아마도
음악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