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생각보다 모르는 채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
― 확신은 대부분 ‘사후 편집’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은
뭔가를 결정할 때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어떤 선택이 옳은지도 아는 사람.
그래서 어른이 되면
불안은 줄어들 줄 알았다.
결정 앞에서 덜 흔들리고,
선택에 대한 후회도 적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수록
확신은 더 흐릿했고,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은
끝까지 따라붙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어른도 생각보다 모르는 채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결정은 ‘알고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해서’ 한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했어.”
“확신이 있어서 선택한 거야.”
하지만 솔직해지면
많은 결정은 이런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 더 미룰 수 없어서
-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 일단 하나는 골라야 해서
완전히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와버렸기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취업, 이직, 결혼, 이별, 이사, 진로 변경.
이런 선택 앞에서
모든 정보를 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불완전한 정보,
불확실한 미래,
애매한 감정 상태에서
“이쯤이면 됐겠지”라는 선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냥 너무 정상적인 반응이다.
확신은 결정 전에 생기기보다, 결정 후에 만들어진다
우리는 확신이 있어서 선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선택을 하고 나서,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기 위해
이유를 모으고,
의미를 덧붙이고,
이야기를 정리한다.
이게 바로 ‘사후 편집’이다.
- 힘든 선택이었다 → “그래도 이게 나한테 맞는 길이야”
- 우연히 기회가 왔다 → “원래 이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어”
- 어쩔 수 없이 정했다 →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 같아”
이렇게 우리는
이미 한 선택에 논리를 입히며
확신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 속에서 버티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가 이 과정을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마치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처럼,
명확한 기준으로 결정한 것처럼
기억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선택은
늘 단단해 보이고,
내 선택만 유독 불안해 보인다.
‘모르고 선택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덜 불안하게 한다
어른이 되면
모르고 결정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압박이 생긴다.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보면
대부분의 어른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하고, 선택한 뒤에 적응한다.
잘 사는 사람들도,
자기 길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일단 이 선택 안에서
최대한 잘 살아보자.”
확신을 만든 게 아니라,
확신이 없어도 움직였고,
그 안에서 방향을 조금씩 조정했을 뿐이다.
이걸 알게 되면
결정 앞에서 느끼는 불안이
조금은 달라진다.
불안은
내가 준비가 안 돼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겪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선택의 무게보다 중요한 건 선택 이후의 태도였다
우리는 종종
선택 자체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의 선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얹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인생을 바꾼 건
그 선택 자체라기보다
선택 이후의 태도인 경우가 많다.
- 그 선택을 탓하며 멈춰 있었는지
- 아니면 그 안에서 길을 만들었는지
- 계속 후회만 했는지
- 아니면 조정해 나갔는지
어른의 결정은
완벽한 답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선택을
견딜 수 있는 태도를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불안한 상태로 결정해도 괜찮다
혹시 지금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불안하다고 해서
그 결정이 틀린 건 아니다.
확신이 없다고 해서
준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냥
어른의 결정은 원래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모른 채로 선택하고,
선택한 뒤에 이유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며
조금씩 확신을 쌓아간다.
어른도 생각보다
모르는 채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확신은
대부분 결정 이후에 만들어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선택 앞에서
조금은 덜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다.
지금의 불안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살아 있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